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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재벌개혁 밑그림에 재계 "올 것이 왔다"
일감몰아주기에 초점, 부영 시작으로 줄줄이 사정권…일단 '순응키로'
2017-06-19 15:03:09 2017-06-19 15:18:49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은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재벌개혁은 시장 예상대로 일감몰아주기부터 시작된다. 법 개정 없이도 개혁의 칼을 빼들 수 있다. 소유와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우선 정부와 재벌간 대화를 통해 완만한 개선을 유도하기로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재벌개혁’을 위한 단기과제로 내부거래를 지목했다. 공정위는 3월부터 45개 대규모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 중이다. 이와 병행해 7월 하순까지 조직개편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업집단국 신설을 통해 재벌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인다. 
 
부영에 대한 고발로 내부거래 제재는 시작됐다. 이중근 부영 회장은 친척이 경영하는 회사를 계열사 명단에서 제외하고 지분 현황을 실제 소유주가 아닌 차명으로 신고한 이유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계열사 명단에서 빠지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밖 다수의 계열사들이 이 회장의 지분이 많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
 
다음 타깃은 삼성이 될 확률이 높다. 공정위는 경제개혁연대가 삼성의 위장계열사로 신고한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 대해 지난달 조사에 착수했다. 2014년 삼성물산에 인수되기 이전 삼성의 위장계열사였는지 파헤치고 있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1976년 설립 이래 삼성 계열사 건물의 건축 설계를 도맡아 일감몰아주기 용도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규제 기준치 밑으로 벗어난 기업들도 안심할 수 없다. 2014년 일감몰아주기 관련 법 시행 이후 지분율(현행법 상장사 기준 30%)을 낮춰 빠져나간 기업들이 많았다. 관련 기준을 20%까지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 이노션, 현대글로비스, SK D&D, 롯데쇼핑, 한화, GS건설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규제망에 걸린다. 발빠른 대응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진은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조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분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 과제는 몰아치기식이 아닌 대화를 택했다. 김 위원장은 조만간 4대그룹과의 만남을 추진한다. 그는 "사회와 시장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변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이 재벌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4대그룹 중에선 삼성과 현대차가 순환출자 문제와 함께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제를 안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전 삼성에 대해 “금산분리 문제로 현 체제를 지속하기 어려우며 지주 전환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대차에 대해서도 “순환출자가 총수일가의 지배권 유지·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 하나만 남았다”고 꼬집었다.
 
재계는 저승사자의 칼날이 현실화되자 몸을 바짝 낮추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하는 일에 어떤 의견을 내기 어렵다”며 “그저 맞추고, 호응하고,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일단은 순응을 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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