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칼럼)경제위기, 호들갑 말자
2018-07-25 15:24:43 2018-07-25 15:24:43
19세기 과학자 캘빈 경은 1881년 “전 세계적으로 석탄 매장량이 고갈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몇 년이 지나 자원은 엄청나게 팽창했다. 원자력발전의 아버지 하이먼 리코버 제독은 1957년 다시 화석연료의 종말을 예견했다. 이후 세계는 셰일가스로 백년은 쓸 여유를 얻었다. 당시엔 위기였지만 시간이 지나 우스갯소리가 된 일화다.
 
경제학설도 비슷한 시련이 반복됐다. 1920년대 말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국민소득이 늘어 소비도 는다는 수정자본주의가 득세했다. 그러다 1970년 스태그플레이션을 만나 프리드먼 이론이 부흥했다. 재정 지출 원천은 세금이라 통화량이 줄고 소비가 위축된다는 식이었다. 여기엔 당시 고유가 등 지정학 문제를 간과한 측면도 있다. 그렇게 바뀐 정책은 다시 허점을 노출하며 버블닷컴,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지금 경제를 보면, 우선 환율이 불안하다. 미 금리는 올랐는데 국내 금리는 동결됐다. 강달러로 환율은 연초 대비 급격히 올랐다. 수출에는 숨통이 트일 요소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가로막혔다. 원자재 도입비용만 오르게 됐다. 유가는 70달러대까지 올라 있다. 폭염에 전력사용이 느는데 탈원전 와중이라 불안의 골이 깊다. 최저임금 인상도 겹쳐 물가상승요인이 누적된다.
 
정부는 복지와 공공일자리 확대 등을 위해 증세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법인세 인상부터 최근 보유세까지 세수확대 논의가 이어진다. 이로 인해 단편적으로는 부동산 거래가 뚝 끊겼다. 연쇄적으로 부동산 중개업, 리모델링, 건자재 산업까지 먹구름이다. 자산가들의 관망세가 짙다. 규제에 저울추가 놓여 있다 보니 일시적으로 소비가 위축될 만도 하다.
 
그렇더라도 저유가 수혜가 있다면 불황인 업종이 있듯이 현재 유가에서 정유·화학이 주춤하다면 조선·플랜트는 살아나야 한다. 환율도 수출에 타격을 준다면 수입은 득을 봐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것은 결국 지정학적 문제가 덧대진 게 원인이다.
 
특히 중국시장 몰락이 치명적이다. 반도체를 위협하는 중국굴기에 3년전쯤 국내에선 기술추격에 10년은 걸린다고 했다. 그럼 앞으로 7년 후엔 어찌될까. 거의 모든 산업이 중국에 잡아먹혔다. 근래 자동차와 디스플레이도 허덕인다. 향후 반도체마저 붕괴될 걱정에 증시가 휘청인다. 전기차, 배터리는 중국을 빼고 봐야 할 형편이다. 로컬 편애가 깔린 규제에 공략법이 막혔다.
 
중국은 시장 논리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예측 가능 범주를 벗어났다. 미중 무역분쟁까지 닥쳤다. 사드 이슈, 배터리에 국한됐던 문제가 전산업으로 번진다. 국제 분업구조상 중국과 밀접한 한국이 주요 위험국가에 꼽힌다.
 
경제 악재가 만연해 정책 속도조절이나 수정은 필요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책 실패로 몰아가는 것은 성급하다.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는지는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트럼프와 시진핑 불화가 안에서 고칠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정부 1년 남짓했는데 벌써 실패 운운하는 데는 정략적 의도가 섞인 듯 보인다. 지금은 헐뜯기보다 발전적 논의만이 필요한 때다.

이재영 산업2부장(leealiv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