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한미약품이 근육을 보존하는 비만 치료 신약물질을 기술수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해당 물질이 미국 알라이 릴리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한미약품은 지난 24일 미국 로슈 그룹 자회사 제넨텍과 대사질환 후보물질 'HM17321(UCN2 유사체)'에 대해 23억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공시했습니다.
HM17321을 비롯한 한미약품 주요 기술수출 사례. (그래픽=뉴스토마토)
HM17321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비인크레틴 계열 물질로, 체중 감량과 근육 보존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계열 내 최초 신약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기존 GLP-1 기반 인크레틴 계열 비만치료제는 제지방량 감소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해당 비만치료제는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일라이 릴리에 따르면, 지난 6월26일 기준 GLP-1을 포함한 미국 내 인크레틴 유사체 시장 점유율은 처방 기준으로 60.9%입니다. 노보노디스크는 38.8%로 집계됐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의 매출 기준으로는 일라이 릴리가 54.9%, 노보노디스크는 45.1%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수출이 미충족 수요를 충족하면서도 GLP-1과의 병용 요법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개발진흥본부장은 "제넨텍이 '게임체인저'로서 새로운 비만 치료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HM17321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골든 스탠다드'가 될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도 "개발 초기 단계에서 기술이전했는데도 선급금이 통상 총 계약금액의 3~5% 수준을 넘어 8% 이상"이라며 "가능성과 파급력을 제넨텍이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역시 "근육량 감소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GLP-1의 시장 확대에 도움이 많이 되는 기술"이라며 "때문에 계약 규모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한미약품은 연내에 자체 개발한 비만치료제 GLP-1 기반 에페(에페글레나타이드)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정윤택 원장은 "한미약품 스스로가 HM17321과 GLP-1 병용 가능성을 이야기한 데다, 제넨텍과 로슈도 이를 염두에 둘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에페 출시도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술이전에 자체 치료제 출시까지…배경엔 R&D 역량
비만 치료 물질 수출과 비만치료제 출시 임박 배경에는 R&D 역량이 자리합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회사는 HM15275 등 임상으로 인해 R&D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약품은 2013년 코스피 상장 제약사 최초로 R&D 비용 1000억원을 돌파한 바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5대 제약사 중 연구개발비는 1255억원으로 1위,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14.6%로 2위에 이릅니다. 연구개발 인력도 670명에 이릅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는 2015년부터 본격적인 대규모 기술수출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회사는 GLP-1 당뇨 신약인 LAPS CA-Exendin-4(에페글레나타이드), LAPS-Insulin115(지속형 인슐린), LAPS-Insulin Combo(인슐린 콤보) 등 3개 물질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프랑스 사노피와 맺었습니다. 총 계약 규모는 5조원에 이르렀습니다. 이승규 부회장은 "당시 기술이전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규모였다"라며 "그 이후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기술이전에 뛰어들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내부 시설.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은 이후로도 2016년과 2020년 연이어 1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미국 제약사들과 맺었습니다. 제넨텍에 표적 항암제인 벨바라페닙, MSD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인 HM12525A를 수출한 겁니다. 올해 6월에도 단장증후군 신약인 HM15912를 총 계약금액 1조9000억원에 일라이 릴리로 기술이전했습니다.
다만 한미약품의 분전이 제약바이오 섹터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최근 52주간 KRX 헬스케어 지수는 올해 2월27일 5702.89포인트가 고점이었습니다. 이후 4월3일부터는 5000포인트의 벽을 넘지 못하고 3000대와 4000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정윤택 원장은 "주식 종목이 반도체·비반도체 부문으로 양분되는 과정에서 제약바이오 섹터가 소외되고 있다"며 "또 동전주나 시가총액 등 규제에서 보듯이 규제당국의 제약바이오 이해도가 낮다. 때문에 리스크를 지고 도전하는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토로했습니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 역시 "요즘 제약바이오 섹터 주주들은 호재가 떠도 더 지켜보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악재에는 일일이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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