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통합 출범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제치고 단일 주주 기준으로 최대주주에 올라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호반 측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하는 한편, 여전히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향후 인수합병(M&A)이나 지배구조 개편 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과 한국산업은행 등을 우호 세력으로 확보한 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에는 당장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양측의 잠재적 경영권 주도권 싸움이 다시 불붙는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최근 장내 매수를 통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식을 추가 확보하며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인 20.57%를 소폭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호반그룹은 지난 7월10일 한진칼 지분율을 20.15%까지 끌어올리며 최대주주인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20.57%)과의 격차를 0.42%포인트까지 좁힌 바 있습니다. 이번 추가 매수로 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을 추월해 최다출자자(최대주주)에 오른 호반 측은, 공정거래법 규정에 따라 지난달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습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진칼 주식 매입과 관련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으며,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지분 취득 목적과 관련해선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은 현재로서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정거래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상장사 지분 15% 이상을 보유한 상태에서 주식을 추가 매입해 처음으로 최다 출자자가 되면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합니다. 공정위는 신고일로부터 30일(최대 90일 연장 가능) 이내에 지분 취득에 따른 실질적 지배력 변화와 경쟁 제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게 됩니다.
이번 최대주주 등극 여부와 관련해 한진칼은 이날 “구체적인 사항이 확인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미확정 해명 공시를 냈습니다.
호반 측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의 시각은 다릅니다.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한 이후 대한항공은 200대 이상의 기단을 갖추는 등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하게 됩니다. 통합 출범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지분을 잇달아 사들인 점을 들어 M&A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호반그룹은 지난 2022년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넘겨받은 이후 계열사들을 동원해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습니다.
다만 최대주주 자리가 바뀐다 해도 당장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호반 측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적습니다. 조 회장 측의 강력한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4.90%), 산업은행(10.58%)의 지분을 합산할 경우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45%를 웃돌아 호반 측을 크게 앞섭니다.
여기에 일본항공(JAL·5% 미만 추정)의 표심 역시 조 회장 측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우군으로 분류됩니다. 앞서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류경표 부회장은 호반의 지분 확대에 따른 경영권 분쟁 재점화 우려에 대해 “괜찮다”며 “다른 우호 지분이 있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쪽의) 지분 확대 이유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잘 방어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호반그룹이 한진칼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더라도 조 회장 측의 우호지분을 단기간에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다만 호반이 꾸준히 지분을 늘려온 데다 통합 대한항공 출범 이후 한진그룹의 경영 환경과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추가 지분 매입 여부와 주주총회에서의 영향력 확대 시도는 경영권 경쟁의 변수로 남을 전망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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