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미사일 집속탄두·바이낸스 사태…북·미 회담 '먹구름'
북, 탄도·순항미사일 집속탄두 연쇄 시험…합참 "압도적 대응 능력 보유"
김여정, 해킹 배후 지목에 '발끈'…전문가 "북·미 대화 겨냥한 압박 가능성"
2026-11-03 16:28:28 ㅣ 2026-11-03 18:25:44
(그래픽=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이어 순항미사일의 집속탄두 시험까지 잇달아 진행하며 한·미 군사시설에 대한 광역 타격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8조원대 가상자산 탈취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데 대해서는 김여정 노동당 부장이 직접 나서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규정하고 대미 관계에서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 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의지에도 북한의 뚜렷한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과 사이버 해킹을 둘러싼 갈등까지 겹치면서 북·미 정상회담 재개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미사일총국이 전날 전략순항미사일의 '산포전투부 위력평가시험'과 '수직타격비행특성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중형 집속탄두로 약 5만~6만㎡의 표적구역을 초토화할 수 있으며, 순항미사일의 수직타격 능력도 완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토대로 '화살' 계열 순항미사일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수직 급강하 공격은 한국군 지하시설의 터널 입구나 강화 콘크리트 시설 등을 정밀 타격하고, 집속탄두는 포병진지와 탄약고 등 넓은 지역에 분산된 군사시설을 제압하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속탄두가 탄도미사일에서 순항미사일로 확대되고 '중형'이라는 새로운 등급이 등장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탄도·순항미사일별 탄두 모듈화와 핵·재래식 이중용도 운용을 염두에 둔 무기 개발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저고도 침투가 가능한 순항미사일에 집속탄두를 결합해 비행장과 레이더 기지, 방공포대 등 한·미 핵심 군사시설을 광범위하게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미군 증원전력이 이용하는 공군기지와 항만을 마비시키겠다는 접근거부·지역거부(A2/AD) 메시지가 담겼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1일 전술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집속탄두 시험을 진행하고 약 12만~13만㎡의 표적구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순항미사일의 탐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확인을 피했습니다. 다만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은 "우리 군은 북한이 주장하는 기술을 압도하는 정밀타격 능력과 관련 무기체계를 이미 20년 전에 개발해 구비하고 있다"며 상시 운용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이 남쪽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충분히 탐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일 전략순항미사일 산포전투부(집속탄 탄두) 위력평가시험과 수직타격비행특성시험을 진행했다고 3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여정, 해킹 의혹에 즉각 반발…대미 관계 재검토 경고
 
북한의 군사적 위력 과시와 함께 대미 비난 수위도 높아졌습니다. 김 부장은 이날 공개된 담화에서 FBI가 바이낸스의 8조원대 가상자산 탈취 사건 배후로 북한 연계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지목한 데 대해 "황당무계한 낭설"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김 부장은 미국이 국제적인 사이버 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북한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며 이를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자 주권 침해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미국이 탈취된 가상자산을 몰수해 전략비축금으로 조성하려 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사건의 배후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대북 적대적 태도를 재확인했다면서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 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이 가상자산 해킹 의혹을 부인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이자 대미 메시지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김 부장이 직접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즉각 반발한 배경으로 자금 조달과 체제 이미지 방어 문제를 꼽았습니다. 미국이 관련 가상자산 지갑을 동결하고 자금세탁 서비스 제재 등을 확대하면 북한의 자금 조달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입니다. 또 김 부장이 FBI의 기술적 증거를 구체적으로 반박하기보다 사이버 범죄 의혹을 미국의 대북 적대 시 정책 문제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미 대화에 악재…강경 담화 속 협상 여지도
 
김 부장의 경고가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김 부장이 미국의 적대적 태도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 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전략적으로 북·미 대화 등과 연계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북한이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 부장이 보복이나 대응 같은 거친 표현 없이 수위를 조절했다며 북·미 대화의 끈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했습니다.
 
홍 연구위원도 김 위원장이 최근 집속탄두 시험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습니다. 탄두 기술 시험은 김정식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도하고 대미 정치적 메시지는 김 부장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을 통해 무기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대외적 파장은 조절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31일 바이낸스 해킹 사건과 관련해 "북한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연루 여부를 단정하지 않으면서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관심을 보여왔지만 북한은 뚜렷하게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속탄두 시험과 해킹 사건을 둘러싼 갈등은 북·미 대화의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군사력 과시와 강경 담화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인지, 대미 강경 노선을 한층 강화하려는 것인지는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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