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미국 자동차업계가 중국차의 시장 진입을 영구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의회에 연내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중국차의 정보 유출 위험과 불공정 경쟁을 막기 위해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지만, 중간선거 이후 의회 권력 구도 변화와 일부 규제 조항을 둘러싼 이견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 현지 생산을 허용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까지 엇갈리면서 연내 입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중간선거 유세 종료를 알리는 연설을 마친 뒤 연단을 떠나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차의 미국 시장 진입을 영구적으로 차단하는 법안의 연내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이날 의회에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할 것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자동차혁신연합은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폭스바겐을 비롯해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참여하는 단체로, 중국차의 저가 공세에 따른 불공정 경쟁과 커넥티드 차량을 통한 정보 유출 위험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업계는 중국차가 빠르게 세력을 넓히는 유럽 시장을 경고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존 보젤라 자동차혁신연합 회장에 따르면 올해 1~8월 유럽연합(EU)이 중국에서 수입한 자동차는 110만대를 넘어 지난해 연간 수입량을 이미 웃돌았습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차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초당적 입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공화당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과 민주당 엘리사 슬롯킨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법안은 지난 7월 상원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으며, 하원에서도 관련 법안의 공동 발의자가 100명을 넘어섰습니다. 법안은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이란, 북한 등 미국이 우려국으로 지정한 국가와 연계된 커넥티드 차량 및 관련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수입과 생산, 판매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커넥티드 차량 규제로 중국 자동차 업체의 자국 시장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전기차에는 100%가 넘는 관세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법안은 기존 규제를 법률로 명문화해 향후 행정부가 쉽게 완화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다만 지난 9월 상원에서 추진된 법안의 신속 처리는 일부 조항에 대한 이견으로 무산됐습니다. 특히 중국 자본의 지분 보유 비율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법안에는 중국 측 지분이 15%를 넘는 자동차 업체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이 경우 중국 투자자들이 약 20%의 지분을 보유한 메르세데스-벤츠까지 미국 판매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은 이 조항이 기존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불합리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법안 발의자인 모레노 의원은 벤츠의 미국 판매를 금지하려는 것은 아니라며 조항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법안 내용을 둘러싼 이견에 입법 일정까지 촉박해지고 있습니다. 3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의회가 다시 소집되더라도 올해 회기가 끝나는 12월까지 법안을 처리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이터는 “일부 의회 보좌진과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이 중간선거 이후 의회 권력 구도 변화에 따라 연내 법안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자동차업계의 엇갈린 입장도 주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중국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 인력을 고용한다면 미국 내 생산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반면 미국 자동차업계는 중국 업체가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더라도 국가안보 위험과 불공정 경쟁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며 시장 진입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차 영구 차단 법안의 향방은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현대차·기아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에도 관심사입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지는 반면, 중국 자본 지분 규정에 따라 기존 글로벌 업체들의 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보젤라 회장은 “국가안보 위험과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고려할 때 의회는 미국의 방위산업과 첨단 제조업 기반을 보호해야 한다”며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에서 해온 일을 미국에서도 반복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