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신다인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씨가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 당시 보전받은 선거비용 등 약 397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돌려줘야 합니다. 윤씨 측이 판결 직후 상고 의사를 밝혀 이 사건은 대법원이 최종 판단할 예정입니다.
2021년 12월14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2-1부(재판장 백승엽)는 4일 오후 윤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공판에서 윤씨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두 건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 있어서 정당 추천 후보자로서 올바른 판단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선거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선거인의 올바른 선택권을 침해하고, 선거의 공정성과 절차의 적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씨 측은 항소심에서 문제가 된 발언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즉흥적·방어적 발언”이라며 1심 판결에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윤씨가 자신의 발언이 유권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그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모두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도 '윤석열 거짓말' 인정
쟁점이 된 첫 번째 발언은 2021년 12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나왔습니다. 윤씨는 뇌물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의혹에 대해 “제가 굳이 변호사를 뭐 이렇게 소개할 위치도 아니고”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당시 윤씨가 변호사를 소개하고 수사에 관여하거나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습니다.
재판부는 윤씨가 윤 전 서장 뇌물 수수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윤우진에게 변호사를 소개하였는지 여부는 윤우진의 뇌물 수수 사건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었던 피고인에 대해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이나 공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정보였음에도 허위 사실을 공표한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이 보전받은 대통령 선거 비용 397억원의 반환 여부가 달린 윤석열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선고일인 4일 서울역에 관련 방송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와의 만남에 관한 발언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윤씨는 2022년 1월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 인터뷰에서 전씨에 대해 “무속인을 만난 적이 없다. 당 관계자가 (전씨가 나를) 많이 응원한다고 해 인사한 적은 있고 불교인이라고 소개받았다”고 답변했습니다. 또 김건희씨와 함께 전씨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배우자와 전씨를 만난 사실이 인정됨에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전씨를 우연히 만났고 배우자와 전씨를 만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유권자에게 이해되는 발언을 한 것은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또 재판부는 2013년 김씨가 전씨를 알게 된 이후 줄곧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윤씨 부부와 전씨가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당선 무효 불이익, 정치 영역서 해결해야"
재판 과정에서 윤씨 측은 원심 형이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이 거액의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하다며 양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후보자 개인에 대한 형사 책임을 넘어 정당 전체의 존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겁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선거범죄로 인해 국민의 올바른 선택권이 침해되고 선거의 공정성과 대의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했음에도 단지 재판 결과에 따른 중한 제재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지나치게 중시해서 형을 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선무효 등 중대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는 점에 큰 비중을 두어 고려하면 정치 영역에서 해결할 문제를 법치 영역에서 해결하는 결과가 돼 유무죄나 양형 판단이 왜곡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양형 판단에서 윤씨가 허위 발언한 당시 상대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살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발언할 당시 민주당 추천 대통령 선거 후보자와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였다"며 "그 파급 효과가 작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윤씨가 수사 당시부터 재판 내내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도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했습니다.
윤석열 측 "깊은 유감" 상고 예고…국힘은 후폭풍
선고 직후 윤씨 측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며 반발했습니다. 윤씨 변호인단은 "정치적 공방에 대한 해명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은 이번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대법원에서 실체적 진실과 헌법적 가치를 바로잡겠다"고 말했습니다.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선거법에 따라 윤씨의 당선은 무효가 됩니다. 전직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건 윤씨가 처음입니다. 이 판결이 확정된다고 해서 윤씨가 재임 시절 했던 모든 행위가 부정되는 건 아닙니다. 외교적 혼란 등을 막기 위해 당선무효의 효력은 판결이 확정된 시점 이후로 해석됩니다.
다만, 국민의힘에 미칠 후폭풍은 거셀 전망입니다. 선거법에 따르면 윤씨를 대통령 후보로 추천한 국민의힘은 국가로부터 반환받은 기탁금과 보존받은 선거비용을 합한 397억원을 반환해야 합니다. 선거보조금 반환 소멸시효는 5년이며, 채권자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반환청구소송을 낼 경우 소멸시효가 10년으로 연장됩니다. 선관위가 세무서에 압류 등 강제징수를 위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르면 1월 중순 이 사건 선고기일을 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임기 초부터 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 기간에서 '6·3·3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선거법은 1심 선고는 공소제기 후 6개월, 2·3심은 전심 선고 후 각 3개월 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강석영·신다인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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